강추위가 몰아치던 날, 시장 골목으로 박스를 들고 종종 걸음으로 뛰어오는 허주영 과장. 도착한 곳은 망원시장 초입에 자리 잡은 청춘마트다. 안동 참마 1팩 3,000원 연근 1팩 2,000원…… 싸고 신선한 청과물과 식품부자재들이 모여 있어 아침부터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새벽시장에서 물건을 떼고 들어와 아직 졸린 표정인 허태영 사장은 누나가 출근도 하지 않고 갑자기 방문해 놀란 눈치였다. 누나 회사에서 뭘 한다고 말을 듣기는 했지만 깜빡 잊었다가 이제야 알아챈 모양이었다.
누나 허주영 과장이 들고 온 박스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따뜻하게 데워온 삼각김밥과 도시락 들. 그리고 겨울이면 눌 손이 트는 동생을 위해 챙겨온 핸드크림과 추운 날씨에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꾹꾹 눌러 담아온 핫팩이었다. 하나하나마다에 누나의 마음씀씀이가 그대로 보이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