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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심리를
파고들다

CU의 영리한 전략 이야기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의점에서는 고객의 손길을 부르는 다양한 전략을 실행한다. CU도 마찬가지다. 2+1 행사 상품은 주기적으로 바뀌고, 포켓CU에서는 요일마다 캐시백, 득템데이, 신상데이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 안에는 알게 모르게 고객의 심리를 파고드는 영리한 전략이 숨어있다.

강한나 트렌드 칼럼니스트 정리 편집실


900원, 그 모자란 가격의 비밀


여기 A 상품과 B 상품이 있다. 두 상품은 같은 종류에 모양, 품질이 거의 비슷한 상품이다. 다른 점 한 가지는 바로 가격. A 상품은 4,900원, B 상품은 3,000원이다. 당신은 둘 중에 어떤 상품을 사겠는가?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고객 10명을 대상으로 위의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10명 중 7명이 가격이 좀 더 나가는 A 상품을 구매했다. 조건을 바꿔 다시 실험해보았다. 이번에는 같은 상품을 3가지 가격 조건으로 진행했다. 4,400원, 4,900원, 5,100원. 실험이 끝난 후 판매율을 보니 이번에는 가장 저렴한 4,400원짜리도, 가장 비싼 5,100원짜리도 아닌 5,000원에서 100원 모자란 4,900원짜리가 가장 많이 판매되었다. 아니, 왜 고객들은 100원 모자란 가격의 상품만 찾을까?

이는 우리의 뇌가 가격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 할인 폭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왼쪽 자릿수 효과 Left digit effect’라 부른다. 실제로는 가장 비싼 5,100원짜리와 4,900원짜리는 2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앞자리 숫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4,900원짜리 상품의 할인 폭이 크다고 여기는 것이다.

왼쪽 자릿수 효과는 정확성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우리 뇌의 특징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만 복잡해도 주의를 끝까지 기울이지 못하고 놓친다. 이 때문에 상품 가격도 오른쪽 숫자까지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고, 먼저 읽게 되는 왼쪽 숫자로 판단해버린다. 그 바람에 100원 차이이지만 1,000원보다 왼쪽 숫자가 한 단계 낮은 900원을 훨씬 저렴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숫자의 끝자리를 무시하거나 버려버리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1,990원을 2,000원에 근접한 가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1,000원에서 2,000원 사이 가격 정도로 여긴다. 조삼모사(朝三暮四)? 원숭이들만 속는 것이 아니다. 원숭이들을 속이던 인간도 속는다.

고객 손길 부르는 ‘오늘만’ 할인합니다

포켓 CU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득템데이’를 진행한다. 11시가 되면 선착순 2만 명에게 50% 할인 쿠폰을 증정하는 행사다. 고객 반응은 당연히 뜨겁다. 보통 10분 안에 할인 쿠폰이 모두 소진된다. 심지어 쿠폰 행사 상품이었던 3XL 햄버거 시리즈는 행사 전월 대비 40.6%나 매출이 올랐다. 고객들의 인기가 이렇게나 좋은데 왜 수요일만 득템데이 행사를 여는 것일까? 일주일 내내 행사를 열면 고객들도 쿠폰 받으려고 오매불망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점포도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득템데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바로 저렴한 가격에 더해 ‘시간제한’이란 키워드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득템행사를 매일 열었다면 이렇게까지 고객들이 목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직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선착순 2만 명 안에 들어야 쿠폰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으로 얻어낸 쿠폰이다 보니 더 소중하다. 문을 닫기 일보 직전인 매장에 할인 제품을 사러 뛰어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제한으로 제품에 희소성이 생기는 것이다. 시간제한이 생기면 사람들은 미래의 가치보다 현재의 가치에 초점을 두기 시작한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그래서 미래의 가치를 재어보기보단 지금 당장 가짐으로써 나중에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회피하려 한다. 시간제한은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한다. 미래의 가치와 현재의 가치를 비교하게 함으로써 비교적 확실한 가치를 가져다주는 지금의 할인에 만족하게 하는 것이다.

CU는 이러한 장치를 여러 곳에 숨겨놓았다. 월요일, 화요일은 수제 맥주 5천 원 캐시백, 수요일은 득템데이, 금요일은 신상데이로 말이다. 점포 안 그 어느 곳에도 ‘오늘 당장 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현재의 가치를 미래의 가치보다 더 크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고객들은 ‘오늘만 할인!’이라는 문구에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일주일 후 물건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을 나를 상상하며 현명한 선택이라고 위안 삼으면서 말이다.

나가기 직전까지 붙잡는 진열의 비밀

24시간 문이 열려 있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처럼 큰마음 먹고 가지 않아도 되는 ‘편의점’. 5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이 작은 공간 안에는 약 2,500여 가지의 상품이 들어있다. 최대한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해 편의점은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물건을 배치하는 전략을 숨겨두었다.

한 예로 계산대 앞 진열대에는 항상 껌이 있다. 그리고 고객들은 껌을 살 생각이 없으면서도 다른 물건을 사면서 껌을 함께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어떤 껌을 사던 차이도 별로 없고, 설사 잘못 샀다 해도 돈이 아깝거나, 오랜 시간 고통받는 일도 없다. 충동구매를 했다고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손에 꼭 쥐어지는 적당한 크기,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어떤 것을 선택해도 괜찮다는 편안함까지. 이 같은 껌의 매력은 계산대 앞에선 고객의 마지막 선택을 유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는 방송 시간대를 ‘골든타임’이라고 한다면, 편의점에는 ‘골든존’이 있다. 매출이 가장 높게 나오는 진열대로 대체로 1.2~1.6m 진열대 최상단 자리, 성인 평균 키인 173cm를 기준으로 상품을 고르기에 가장 편안한 높이다. 점포 특성에 따라 이곳은 무궁무진하게 활용된다. 어린이가 많은 주택가 입지의 경우, 아래쪽에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먹거리나 장난감을 진열해 구매를 유도하는 식이다.


진열 위치는 계절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겨울철 매출이 높은 초콜릿이 진열대 상단에, 더워지면 봄, 여름에 잘 팔리는 사탕이 진열대 상단으로 올라온다. 음료와 주류, 유음료가 주로 제일 안쪽에 위치해 있는 것도 고객을 끌기 위함이다. 담배를 제외하고 매출이 가장 높은 상품이 음료와 유음료인데, 일부러 동선을 길게 만들어 소비자들이 냉장고로 이동하는 동안 다른 상품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그냥 모르고 지나쳤던 편의점 진열의 과학.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에도 고객의 구매를 이끄는 공식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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